망망맨션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적입니다.
6월 중순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한달간 29개의 단편 소설을 포스팅 하였습니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적인 공간을 만들었습니다만, 저작권을 의식하는 바람에 고전 소설 아카이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 개인이 평생을 걸쳐 소비해도 다 볼 수 없는 막대한 컨텐츠가 범람하는 세상에 참으로 별스러운 짓입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손가락 하나를 까딱거려 말초신경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도파민을 짜내는 짧은 영상을 탐닉하던 어느날.
예전에는 하룻밤에 읽어내던 장편 소설이 이제는 몰입하기 조차 버겁고, 고작 2시간 짜리 영화를 보고 있기가 좀이 쑤십니다.
뇌가 변했구나 싶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변했구나 싶습니다.
나는 내 섭취의 총체입니다.
내 하루의 인풋에 글이라는 메뉴를 다시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변화된 세상에 맞춰 살아도 살아지겠습니다만,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과 이토록 쉽게 소원해지는 감각이 못내 섭섭했기 때문입니다.
미련 또한 삶의 컨텐츠입니다.
망망맨션이라는 블로그는 그런 망연한 생각 속에 만들게 되었습니다.
회색 맨션 옥상에 올라 가장 편한 의자에 눕듯이 앉아서 망망(茫茫), 즉 아득하고 아득한 이야기의 바다를 바라보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소설이라는 사양길에 접어든 텍스트 미디어와 화해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긴 글이 안읽히면 단편이라도 읽어볼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큐레이트 블로그를 표방했지만 딱히 대단히 양질의 글이 모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확실히 단편은 가볍게 읽기 좋았습니다.
'흥, 이번건 시시하군' 하며 남몰래 시니컬하고 고고한 독자가 되어 건방도 떨어보고, '와. 그 시절에 이런 발상을?'이라며 100년전 인물에게 경외와 경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이미 생을 마감하고 글로 남은 인물들의 흔적을 살피며, 흥미로운 발상과 관점, 그리고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저의 즐거움들 중에서 개인적인 6월 최고작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윌리엄 프라이어 하비의 8월의 열기입니다.(6월 최고작의 제목이 '8월'의 열기라니...)
1만자가 안되는 짧은 이야기 속에 3번의 놀라움을 선사하는 플롯이었습니다.
가벼운 분위기로 방심하게 만드는 문체도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긴장하고 읽었다면, 알아챘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저는 느슨하게 읽었기에 만족스럽게 놀랐습니다.
언젠가 (그럴 기회가 있다면) 써먹어 보고 싶은 플롯이었습니다.
지나치신 분들은 한번씩 읽어봐 주시기를 권합니다.
- 2025년 6월의 마지막 날, 정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