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내밀어라. 더…… 더…… 더 길게."

「신부의 혀 / 유메노 큐사쿠」



※ 아래 이야기는 유메노 큐사쿠의 단편 모음집 『시골의 이야기』에 나오는 단편 중 하나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 번역에 약간의 묘사가 추가되었습니다.

작가 본인은 지어낸 이야기라기 보다는 경험담이자 혹은 살면서 들은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유메노 큐사쿠가『시골의 이야기』말미에 남긴 아래의 말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모두 제 고향 기타큐슈의 모 지방에서 일어난 일로, 제가 견문한 것 뿐입니다. 기사로 신문에 실린 것도 있지만, 얼빠진 부분이 도리어 도에 사는 분들의 흥미를 끌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기억하고 있는 만큼 써 보았습니다. 장소도 있으므로 장소와 이름을 제외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마을 전체가 부동명왕(不動明王)을 모셨다. 크고 작은 신당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대문 옆 초라한 석불에서부터 절 뒤편 이끼 낀 암벽에 새겨진 조각상까지, 형상도 다양했다. 부동님은 분노의 얼굴을 한 채 불꽃을 두르고 검을 쥐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그런 부동님의 형상이 자신의 죄와 질병을 태워 없애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은 오래되고 깊었다. 대대로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부동님은 입 안으로 악귀를 들여보내고, 혀를 태워 깨달음을 준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늦가을 어느 날, 산 안개가 마을을 감싼 저녁 무렵, 작은 집 한 채에 희미한 등불이 비쳐 있었다. 집 안에서는 한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어린 자녀 셋. 찬합에는 미지근한 된장국과 바싹 구운 고등어가 올려져 있었고, 아이들은 입에 밥을 묻힌 채 조용히 숟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갑자기 젓가락을 ‘탁’ 소리 나게 식탁에 내려쳤다. 그의 얼굴이 부풀어 오르듯 뒤틀리며 벌겋게 달아올랐다. 입꼬리는 위로 찢어진 듯 끌려 올라갔고, 눈동자에는 핏줄이 가득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목소리를 으르렁이듯 뱉었다.


“지금 이 순간, 부동님이 나에게 강림하셨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삼켰고, 아내는 젓가락을 떨어뜨리며 다다미에 엎드렸다. 아이들까지도 혼이 난 듯 허둥지둥 절을 올렸고, 막내는 울음을 터뜨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이 이상한 사건은 이웃의 귀를 타고 순식간에 마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부동님이 직접 인간의 몸에 내리셨다’는 소문은 곧 작은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신자들은 밤이 되자마자 초를 들고 가족을 이끌고 그 집으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거실에는 수십 명의 신도들이 다닥다닥 앉았고, 그 가운데에 ‘부동님’을 자처한 남편은 무명옷 위에 문장이 박힌 하오리를 걸치고 의자에 위풍당당하게 앉아 있었다. 입가에는 말라붙은 침 자국이 하얗게 앙상했다.


부동님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은 멍하니 떠 있었지만, 묘하게 사람들을 꿰뚫는 듯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말했다.


“저기, 뒤에 앉은 자…… 이리 나오너라.”


지목된 이는 며칠 전 인근 마을에서 막 시집온 새댁이었다. 그녀는 하얀 목 뒤에 빨간 털실 스웨터를 덮고 앉아 있었으며, 긴 머리는 단정히 빗어 넘긴 상태였다. 신부라는 이름이 채 익지 않았을 만큼 수줍은 표정이었다.


“나…… 나입니까?”


그녀는 손끝을 입가에 대고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부동님은 고개만을 돌리고 대답했다.


“어서 앞으로 나오너라. 나오지 않으면, 너의 몸은 마비될 것이다.”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 방 안에 감돌았다.


“겁낼 것 없다. 너의 죄를 정화해줄 것이다. 전생에 쌓인 어둠을 지워야 한다. 너는 아직 깨끗하지 않다…… 혀를 내밀어라. 더…… 더…… 더 길게.”


새댁은 양손을 무릎 위에 얹고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입을 벌리자 작고 붉은 혓바닥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이었다.


부동님은 휙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놀랍도록 빠르게 그녀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그의 입은 악귀처럼 벌어졌고, 길게 튀어나온 혀를 덥석 물었다. 방 안에서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여인의 눈동자는 점점 흔들렸고, 입에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쩝…… 쩝쩝…… 소리가 났다.


부동님의 입이 끈적한 소리를 내며 혀를 빨고 있었다. 여인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하얀 턱선이 경련을 일으켰다.


다음 순간, 그는 입을 더 벌리더니 혀를 ‘쯧’ 소리와 함께 뿌리째 물어뜯어 삼켜버렸다. 붉은 피가 여인의 입에서 솟구쳤고, 그녀는 숨 한번 들이쉬지 못한 채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신자들 중 몇몇은 그대로 토악질을 했고, 아이들은 눈을 가리며 울부짖었다. 아내는 기절하듯 땅바닥에 쓰러졌고, 아이들은 덜덜 떨며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다음날 아침, 경찰과 의사가 도착했다. 검안 결과, 부동님을 자처한 남편은 수년 전부터 매독을 앓고 있었으며, 이미 신경계에 감염이 퍼져 뇌를 침범하고 있었다. 판단력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고, 말 그대로의 광인 상태였다.


그날 이후, 마을에 전통처럼 이어지던 부동님 신앙은 완전히 끊겼다. 신당은 모두 철거되었고, 암각불은 칠이 벗겨진 채 방치되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오래도록 이런 말이 남았다.


“부동님을 믿으면 매독에 걸린다……”


그리고 그 말 뒤에는 누구랄 것도 없이, 한 줄기 오싹한 침묵이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