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이야기는 유메노 큐사쿠의 단편 모음집 『시골의 이야기』에 나오는 단편 중 하나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 번역에 약간의 묘사가 추가되었습니다.
작가 본인은 지어낸 이야기라기 보다는 경험담이자 혹은 살면서 들은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유메노 큐사쿠가『시골의 이야기』말미에 남긴 아래의 말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모두 제 고향 기타큐슈의 모 지방에서 일어난 일로, 제가 견문한 것 뿐입니다. 기사로 신문에 실린 것도 있지만, 얼빠진 부분이 도리어 도에 사는 분들의 흥미를 끌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기억하고 있는 만큼 써 보았습니다. 장소도 있으므로 장소와 이름을 제외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오야스 씨’라고 불리던 여든을 앞둔 독신 노파가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인색하기로 유명한 여인이었는데, 어느 날 마을 수호신의 제사 밤에 기이한 죽음을 맞았다.
그날 밤, 마을 변두리의 허름한 찻집에서 혼자 지내던 그녀는 아궁이 앞에서 허공을 움켜잡은 채 괴로워하며 쓰러져 있었다. 평소 허리띠로 사용하던 너덜너덜한 비단 끈이 세 바퀴나 목에 감겨 있었고, 목젖 부근에서는 단단한 매듭이 살 속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다. 그 매듭 주변은 피로 흥건했고, 손톱으로 긁은 듯한 상처 자국이 선명했다. 하지만 도난당한 흔적은 없었고, 외부인이 침입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법인(法印, 승려)의 집에서 얻어온 도시락은 손도 대지 않은 채 얇은 이불 베개 곁에 놓여 있었다.
그녀의 예금통장은 한참을 찾아 헤맨 끝에 아궁이 재 밑에 뚫린 구멍에서 발견되었다. 그녀의 유산을 물려받을 유일한 혈족은, 전기공으로 일하고 있는 사위와 함께 도쿄에 사는 딸이었다. 급보를 받고 귀향 중이라고 한다. 노파의 시신은 대학에서 부검하기로 되었고, ‘근래 보기 드문 기괴한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크게 실렸다.
오야스 노파의 찻집은 철도 교차로 인근,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 있었다. 낡은 갈대 차양 아래, 약간의 군것질거리와 라무네(일본 청량음료), 짙은 갈색으로 변한 찻주전자, 색이 바랜 상 위에는 지저분한 찻잔이 여럿 놓여 있었다. 그래도 여름에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겨울에는 볕이 잘 들어서 이 길을 오가는 행상인들의 단골 쉼터가 되어 있었다.
노파는 서른이 넘어 열병을 앓고 난 뒤로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게 되었고, 갓난아기를 둔 채 남편이 도망쳤다. 결국 논밭을 팔고 이 찻집을 차려 근근이 살아왔다. 그녀의 딸은 얼굴도 곱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어서, 열아홉 봄에 마을에서 가장 성실한 전기공을 데려와 장가들였고, 지금은 도쿄의 회사에 다니며 맞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딸내외가 손주 보여줄 테니 도쿄로 오라고 하지만, 괜히 젊은이들한테 폐 끼치기 싫어서 이대로 조용히 살고 있지요. 그래도 몸은 거동할 만하니, 딸내외도 요샌 지쳐서 그쪽이 손주 데리고 내려오겠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창백한 뺨을 실룩이며 자랑스럽게 웃곤 했다.
“그래도 혼자면 외롭지 않소?”
그렇게 물으면, 꼭 정해진 듯 이렇게 대답했다.
“헤에, 도둑이 두 번 들었지요. 돈 숨겨뒀을 게 분명하다며 협박했는데, 제가 ‘돈은 다 도쿄 딸한테 보내고 있다, 있으니 죽이든 뭘 하든 맘대로 뒤져보라’고 했더니, 그냥 차 한잔 마시고 갔습니다요.”
그러나 이 노파가 천 엔짜리 예금통장을 두 개나 갖고 있다는 소문은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입에 풀칠도 안 하면서 돈만 모은다 해도 믿을 정도로 유명한 인색한 노인이었다. 그런 이야기 중에서 심지어 초등학생들조차 아는 것이 바로 ‘오야스 할머니의 한 모금 세 공기’ 전설이었다.
“한 모금 세 공기? 밥 이야기요?”
이야기를 듣던 순경이 수첩에서 눈을 떼며 물었다.
“헤에, 그게… 말해봐야 믿지 않으시겠지만요. 그 노파가 죽은 것도 그 한 모금 세 공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마을 사람들 사이에 돌고 있습니다.”
“흥, 들어나 보세. 참고될지도 모르니까.”
“헤에, 그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그 노파는 매달 한 번씩 역 앞 우체국에 예금하러 갈 때 외에는 집 밖을 나서지 않습니다. 늘 혼자 찻집에 있고, 가끔 마을 회식이나 잔치가 있으면 꼭 참석하는데요. 그 전날부터 굶고 배를 비워서, 다음 날 이른 아침 찻집 문을 닫고 지팡이 짚고 나타납니다. 그리고 술자리가 되면, 잔술 한 잔으로 새파란 얼굴을 벌겋게 달군 다음, 밥만 계속 퍼먹습니다. 국물도 종종 홀짝이며, 반찬도 조금 곁들이고요. 밥은 보통 여섯, 일곱, 많으면 여덟 공기 정도 먹고, 배가 불러 더 못 먹겠으면 담배를 두세 번 피우고는 숨 좀 돌린 뒤 또 먹습니다. 그 다음엔 반찬이나 조림을 남은 밥과 함께 도시락통에 꽉 채워 집에 가져갑니다. 그러고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자요. 그 다음 날 저녁 무렵에나 일어나 도시락 속 남은 걸로 저녁을 해결합니다. 회식이 많을 시기에는 도시락 속 내용이 그 다음날까지 이어지기도 해서, 한 번의 잔치가 열 끼 식사에 해당한다고도 하지요.”
“흠… 그래도 체해서 죽지는 않았나 보군.”
“정말 그렇습니다, 어르신. 그 바싹 마른 몸뚱이에 어떻게 그리 들어가는지…”
“흠… 그런데 이치에 안 맞는군. 이틀, 사흘 찻집 문을 닫고 손님을 안 받으면 손해가 나지 않겠나?”
“그게 말입니다. 딸내외도 그런 걸 부끄러워해서 도쿄로 도망친 거래요. 그런데 오야스 할머니는 ‘자기가 만든 음식은 배부르게 못 먹는다’며 꿋꿋했답니다. 마침 돌아가신 날도 마을 제삿날이었고, 법인의 집에서 음식이 나왔는데, 그걸 또 ‘한 모금 세 공기’ 식으로 처리하셨다더군요. 그런데 밤중에 체한 게 올라오자, 아까워서 끈으로 목을 조른 게 틀림없다고… 그래서 숨이 막혀 미쳐 죽은 거라고들 합니다만…”
“하하하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무리 인색하다지만… 하하하하하…”
순경은 웃으며 수첩과 연필을 집어넣고 돌아갔다.
그러나 오야스 노파의 시신 부검 결과는 이 이야기와 정확히 일치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