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너무하셨습니다……!”

「형님의 뼈 / 유메노 큐사쿠」


※ 아래 이야기는 유메노 큐사쿠의 단편 모음집 『시골의 이야기』에 나오는 단편 중 하나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 번역에 약간의 묘사가 추가되었습니다.

작가 본인은 지어낸 이야기라기 보다는 경험담이자 혹은 살면서 들은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유메노 큐사쿠가『시골의 이야기』말미에 남긴 아래의 말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모두 제 고향 기타큐슈의 모 지방에서 일어난 일로, 제가 견문한 것 뿐입니다. 기사로 신문에 실린 것도 있지만, 얼빠진 부분이 도리어 도에 사는 분들의 흥미를 끌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기억하고 있는 만큼 써 보았습니다. 장소도 있으므로 장소와 이름을 제외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네 집 서쪽 끝 처마에서 세 자쯤 떨어진 곳을 남 몰래 파보아라. 몇 자를 파야 할지는 모르나, 돌 하나가 묻혀 있을 것이다. 그 돌을 정성껏 모시면, 네 아내의 혈액병은 한 달도 안 되어 낫는다. 1년 안에 아이도 생길 것이다. 둘 다 아직 젊으니…… 자, 어서 가보거라."


"예……!"


젊은 문사쿠는 땅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맞은편에는 무슨 일이든 적중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다리 저는 승려가, 물찬 제비처럼 살찐 몸에 유카타만 걸친 채 큰 대자로 앉아, 점대(筮竹)를 비스듬히 쥐고 커다란 눈동자를 치켜뜬 채로 앉아 있었다.


그 방석 앞에 문사쿠는 오십 전짜리 동전을 넣은 봉투를 조심스럽게 내밀고 다시 절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천둥 같은 중후한 목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서둘러야 한다. 병자의 목숨이 위태롭다……"


"예……!"


문사쿠는 다시 한번 이마를 다다미에 박고 엎드렸다가, 비틀거리는 듯한 기분으로 본당을 나섰다. 추위를 피하려고 길에서 한 잔 마신 그는 해가 지고 나서야 간신히 집에 도착했고, 옷도 벗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이불을 덮고 그대로 잠들었다.


난산 뒤 혈액병으로 의사에게도 포기당한 아내는 걱정스레 무슨 일이냐고 여러 번 물었지만, 문사쿠는 아무 대답도 없이 코를 골며 잤다. 그리고 밤이 깊자 그는 아내의 숨소리를 살피며 살그머니 일어나, 뒷문을 통해 서쪽 처마 밑으로 향했다.


거기 쌓여 있던 장작을 치우고, 러일전쟁 때 노획해 불하받은 삽을 손에 들었다. 얼음 같은 보름달빛을 의지해 조심스럽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괭이와는 달리 힘만 들고, 흙이 무척 단단해서 세 자쯤 파자 팔에 감각이 없어질 지경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폈다.


그때서야 그는 처음 파낸 흙더미 가장자리에 뭔가 하얀 것들이 몇 개 섞여 있는 걸 발견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집어들고 달빛 아래 진흙을 털어보니, 그것은 물고기보다 약간 큰 등뼈 한 조각이었다.


문사쿠는 피가 싸늘하게 식으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온몸이 떨리고, 머리는 무언가에 씌인 듯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차가운 흙을 맨손으로 헤집으며 열심히 찾았다. 그러자 진흙에 뒤덮인 등뼈 같은 것 일곱, 여덟 개와, 팔다리뼈로 보이는 것 몇 개, 정체불명의 납작하고 삼각형 뼈 두 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까만 진흙이 가득 찬 해골 하나가 나왔다.


그는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안에서 자고 있을 아내를 떠올리고 간신히 참았다. 그는 후들거리는 몸으로 골목을 기어 나오자마자, 일도양단, 죽어라 하고 달렸다.


다리 저는 승려가 자고 있는 본당의 미닫이문을 두드렸을 땐 이미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승려가 절룩이며 문을 열고 "무슨 일이냐" 묻자, 문사쿠는 "으으……" 소리를 내고 얼음 낀 마당에 그대로 쓰러졌다.


곧 일어난 절집 여주인과 사환이 그를 돌보았고, 손발을 씻긴 뒤 본당으로 데려왔다. 뜨거운 차를 마시며 안정을 찾은 그는 사연을 상세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승려는 느긋하게 웃음을 지으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지. 사실은 말이다…… 묻혀 있는 것이 사람 뼈라는 걸 말했더라면 겁 많은 네놈이 파지 못할까 싶어서 일부러 돌이라고 한 거다. 그런데 그 뼈라는 게 말이지……"


승려는 고개를 앞으로 툭 내밀며 말을 이었다.


"다름 아닌, 네 형의 뼈다……"


"에에…… 제 형의……?"


"믿기지 않겠지. 하지만 이건 깊은 사연이 있다."


"어떤 사연입니까……?"


"급하게 굴지 말고 잘 들어봐라. 우선, 어제 네가 왔을 때 부모는 없다고 했지?"


"예. 재작년 콜레라 때 두 분 다 돌아가셔서……"


"그렇지. 그럼 이제 말해주마. 네 어머니 말이다…… 겉보기엔 단정했지만, 젊었을 땐 꽤나 남자를 좋아하셨지. 너희 집에 시집오기 반 년쯤 전에, 나에게 몰래 찾아와 이렇게 말하더군. ‘지난 오봉(お盆, *한가위) 밤에, 정체 모를 남자의 씨를 받아버렸습니다.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곧 문타로 씨가 양자로 오기로 했습니다. 문타로 씨라면 믿음직하니 결혼해도 좋지만, 뱃속 아이가 걸려서 고민입니다. 어떻게든 아이를 없앨 수 있도록 기도 좀 해주십시오.’ 아주 간절했지. 그래서 내가 밀교의 비밀 의식을 행해주고, 아이가 나왔을 때 어느 장소에 묻으라고까지 일러주었다. 그게 바로…… 그 뼈다.


하지만 어제 네가 와서 점을 쳐보니…… 오봉의 그날밤 네 어머니가 뱃속에 품었던 그 아이의 아비는…… 문타로, 즉 네 아버지가 맞다고 나왔어. 결국 그때 낙태당한 아이는 네 형이었고, 본래는 너 대신 집을 잇게 될 몸이었지. 하지만 어둠 속에 묻혀 세상에서 사라졌던 거야. 네 부모도 아마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왜 하필 그 땅 위를 장작 더미로 덮었겠느냐? 형의 원한이 아직 남아, 네 집안의 씨를 말리려 너의 아내에게 병을 내린 것이다. 내가 그 뼈를 정성껏 모시라고 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정작 잘못은 네 어머니에게 있었고, 너나 네 아내가 화를 입을 이유는 없지만…… 인간이라는 게, 참으로 덧없고 어리석은 법이지……"


승려는 한참 동안 장황한 설법을 이어갔다.


문사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가 붉게 달아오르길 반복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또 끄덕이며 들었다. 그러다가 참을 수 없는 듯 몸을 들썩거리더니, 절밥으로 내온 오차즈케를 급히 몇 그릇 삼키고는, 녹기 시작한 얼음길을 정신없이 달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막상 돌아와 보니, 문사쿠가 걱정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소동이 벌어져 있었다.


문사쿠가 전날 밤, 서쪽 처마 밑에서 아이의 뼈를 파낸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즉시 혈이 역류하듯 격양되어, 의사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를 악물고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그리하여 문사쿠의 집 안에는 온 마을의 부녀자들이 와글와글 모여들었고, 집 밖에는 노인과 청년들이 새까맣게 모여, 진흙투성이 백골을 둘러싸고 큰 회의가 벌어지고 있는 참이었다.


그때 마침 문사쿠가 돌아왔다. 그는 아내의 싸늘한 시신을 본 순간, 말 한 마디 없이 집을 뛰쳐나가 사람들을 밀치며 백골이 놓인 흙더미 앞으로 나아갔다. 진흙투성이의 뼈를 말없이 들여다보던 그는, 갑자기 그 위에 쓰러지듯 엎드려,


“형님…… 너무하셨습니다……!”


라며 오열을 터뜨렸다.


사람들은 문사쿠가 미쳐버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곧 순경과 구장이 도착해, 얼굴까지 흙으로 뒤덮은 채 흐느끼고 있는 문사쿠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자,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훌쩍이며 모든 사정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몸을 떨었다. 뒤에서 몰려 귀 기울이고 있던 여인들 중엔, 기분이 나빠졌다며 물을 마시러 간 이도 있었다.


얼마 후, 문제의 백골은 깨끗이 씻겨 옛 솜을 넣은 과자 상자에 담겼고, 문사쿠의 집 불단 위에 아내의 위패와 함께 모셔졌다. 구경 삼아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고, 문사쿠의 아내 장례식은 근래 보기 드문 인파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고, 순경이 다양한 경로로 조사를 벌인 끝에, 일주일쯤 지나 군(郡)의 의사회 회장인 학사 선생이 초빙되어 백골을 검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개의 뼈입니다.”


이 소식은 마을에 다시 한 번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사람의 태아 뼈라 주장했던 다리 저는 승려는 구류 처분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학사의 감정을 믿지 않았다. 끝까지 문사쿠의 말을 진실이라 여기고, 마치 신화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했다.


그 결과, 오히려 다리 저는 승려를 믿고 따르는 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늘어나게 되었다.


문사쿠는 그 후로도 오래도록 홀로 지냈다. 어느 누구도 그와 혼인을 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